Pharmacy 1992
Damien Hirst
Tate Gallery of London
1992년 미국 Cohen갤러리에서 처음 전시된 이 설치 작품은 ‘약국’이라는 특정한 장소 및 가치체계를 보여주는 조형물입니다. 벽면에는 수많은 약들이 선반위에 놓여져 있고, 선반정면은 유리문으로 닫혀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연구실이나,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하지만 선반위의 약들은 아무렇게나 놓여있지 않고, 상징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선반 상단에 놓여있는 약들은 우리 인체의 “머리”에 필요한 치료제로 구성되어 있고, 선반 중간에는 “위”, 하단에는 “발”에 관련된 약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면 왼쪽 카운터에는 왼쪽부터 녹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액체가 담겨져 있는 약제용 플라스크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이 병들은 각각 영화 제5원소에서 말하던 “흙, 공기, 불, 물”을 상징합니다. 이것은 “만물은 흙, 공기, 불, 물로 구성되었다”는 고대 그리스철학을 반영한 것이며, 고대부터 이 4가지 원소는 신체의 병을 고치거나, 다루던 주된 치료제였으며, 연금술의 주된 소재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약국천장에는 곤충을 죽이는 인섹트킬러(Electric insect-o-cutor)가 매달려 있고, 마루마닥에는 파리나 곤충을 유인하는 벌집이 검정 발판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이 벌집은 인섹트킬러를 중심으로 사방에 4개가 있고, 하나는 카운터 때문에 현재 보이지 않습니다. 인섹트킬러는 고속도로 휴게소등에서 천장에 매달려, 파리나 모기등의 곤충을 빛으로 유인하여 감전사시키는 장치입니다.
벌집=약
이 작품에서, 벌집은 파리나 곤충을 유인하여 빠르고, 잔인하게 죽음으로 인도하는 핵심적인 상징입니다. 파리나 곤충은 영원한 안식 및 생명연장을 위해 벌집에 찾아들다가(또는 벌집을 탐닉한 후에) 인섹트킬러에 의해 죽음을 맞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 또한 고통이나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영원한 매개체가 아니라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의 일시적이며 비효과적인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가진 일시적인 치료제입니다.
허스트는 바로 여기에서 "약국"에 대한 기존 인식체계를 바꾸었습니다. 현대 의약품의 신전을 만들었지만(약국),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전 중앙에는 인섹트킬러라는 죽음의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통받고, 병든 육체에 대해 끊임없이 많은 치료제와 약을 공급하면서 “약국”은 병을 완화시키고, 생명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체계”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결국 “약”처럼,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트와이즈서울(Art Wise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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