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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제프 월 - A Sudden Gust of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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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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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945 |
A Sudden Gust of Wind
Jeff Wall (1946 -)
Tate Gallery of London
어느 잊을 수 없는 날 오후 세시였다. 나는 방 아궁이에 종이 쓰레기를 넣어 태우고 있었다.
바람은 몹시 불었고, 타다 남은 불씨가 쌓아 놓은 상자에 옮겨 붙어 불이 날뻔하였다.
그때 기와지붕위로 거칠게 솟는 연기는 무섭지가 않았다.
다만 거친 바람 타고 흩어지는 모습을 몇 번이고 나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바람이 끌어 안은 광기가 참 아름답다고 믿던 순간이었다.
늘 미칠듯이 부는 바람을 보면 세상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거기다 가랑비 내린 날의 축축한 바람은 그야말로 술이다.
소주처럼 맑은 바람이 불면 내 마음은 취한 깃발처럼 펄럭인다.
잃어버린 꿈과 환상이 타오르고, 상상력이 불타 오른다.
슬픔은 슬픔을 넘어 한 순간이라도 빛나는 환희에 이른다.
마음의 문이란 문 모두 열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춘다.
그렇다면 바람의 욕망은 무엇일까?
불합리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공평하게 만들려는 몸부림 같기도 하다.
삶이 답답함을 흔들고, 삶의 더러움을 휩쓸어 가려는 듯도 보인다.
우리가 데쳐놓은 시금치처럼 무뎌지고 기운이 없을 때 저렇게 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안된다.
시대의 불안과 먹이걱정, 관계의 고달픔, 뭔가 어긋나며 삐걱이는 일상의 고통을 잊기 위해
저 큰 바람만으로도 충분하다.
잡다한 세계를 보자기처럼 덮어씌우는 밤이 아름다워,
누군가 술을 마시듯 나를 흔들어 깨우는 저 거친 돌풍이 그리워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내 몸 이전의 몸이었을 바람을 나는 캐나다 출신 제프 월의 작품에서 만났다.
그는 고전적 회화에 시선을 던지고 산업화로 변형된 풍경과 그 곳의 사람들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이 곳에서의 거주자는 억압되거나 부자유하거나 고독하고 소외된 모습, 분노와 격정을 끌어안은 모습이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회화의 역사를 재해석한 심리적 드라마다.
그가 명화는 왜 여전히 현재성을 띠며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가 하고 질문하는 것 같다.
월은 인상파 화가들처럼 거리와 거리의 여행지를 주목하고, 우리시대의 고뇌를 표현했다.
이 작품은 1982년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리그림시리즈 중 하나다.
인상파 화가들을 열광시켰던 일본의 우끼요에.
그 대표적 장인 호쿠사이의 작품이 월에게 영향을 주어 그가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
바람을 몰고 기차가 지나가듯 제프 월의 사진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사진 속에서 갑자기 돌풍을 맞은 여행자처럼 나도 아름다운 광기에 휩싸인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다.
좋은 사진, 좋은 이미지는 언제나 내게는 곡식을 쌓아둔 창고다.
나를 깨워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바람부는 창고.
신현림(시인)/바람 부는 날의 여행자/월간미술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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