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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앙리 마티스 - Draped Nude,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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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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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015 |
앙리 마티스의 Draped Nude, 1936 이라는 작품입니다.
녹색의 소파에 앉아 있는 여성 누드가 주제입니다.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효과 그리고 구성에 대해서 접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것도 그림을 보는 방법중의 하나입니다.
[전체배경]
그림을 보면 소파는 우리를 향해 있고 그림 속의 여성은 비스듬하게 앉아 있습니다.
머리는 화면 오른쪽에, 다리는 우리시선에서 왼쪽 아래에 위치해 있고 전체적으로 여성의 왼쪽 몸이 우리쪽에 더 가깝게 되어 있습니다.
오른팔은 어깨위로 들려져 의자 위에 편하게 놓여 있고, 왼팔 팔꿈치부터 팔목까지 소파를 따라 여성은 중심을 잡고 기대고 있고
손은 소파끝 허공에 놓여져 있습니다.
오른다리는 소파 옆으로 축 늘어져 있고 왼쪽 다리는 소파 앞으로 굽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왼쪽 발이 바닥에 닿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목에 검정색의 목걸이와 왼손에 녹색 팔찌 그리고 보라색의 편한 가운(Robe)이 어깨를 감싸고 있습니다.
소파 뒤, 그리고 모델머리 뒤쪽에는 두개의 커다란 나뭇잎이 있고 마루바닥은 밝은 붉은 색의 카페트가,
벽은 어두운 회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성누드는 마티스가 즐겨 찾는 주제이고 그는 스케치와 조각 및 그림을 통해 여러 가지 누드를 시험했고 창조했습니다.
마티스는 단지 몇 개의 선과 색깔만으로 이 그림의 형식과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그림에 매달렸냐고 질문 받았을 때 그는 평생동안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즉 수십 번의 내적인 질문과 변형과정을 통해 이 그림에서 필수 불가결한 부분만을 남겨 마치 아주 쉽게 작업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Draped Nude"는 연작 중 두 번째 그림이고, 누드, 의자, 바닥, 벽 그리고 나뭇잎등 몇 개의 구성요소로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과는 달리 이 그림은 색깔의 깊이와 단순함을 대비시키면서 대담함과 동시에 구성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고
이는 원근법이 아닌 색깔과 외곽선 그리고 무늬로만 얻어진 결과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그림의 입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원근법에 의해 이루어 집니다.
가까운 것은 크고 진하게, 멀리 있는 것은 흐리고 작게...
그러나 그림을 잘 보시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은 왼쪽허벅지 이고 가장 멀리 있는 것은 오른쪽 머리 부분입니다.
원근법에 의해 그린다면 멀리 있는 머리는 흐리고 작게 그려야 합니다.
그러나 머리는 전체 몸의 구도나 비례로 볼 때 작게 그려졌다고 볼 수 없고,
얼굴을 보시면 알겠지만 눈썹과 입술은 오히려 진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깝게 보이는 왼쪽 허벅지는 오히려 색깔면에서 흐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까닭은 무엇때문일까요?
조금 전에 말한 구성과 색의 미묘한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멀리 있는 머리는, 배경색(벽면)을 명도(밝고 어두운 정도)가 낮은 검은 회색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앞쪽의 밝게 보이는 색깔과 대비하여 멀리 후퇴시키는 역할을 했고,
가장 가까운 것으로 표현한 왼쪽 허벅지는 색깔이 진하지 않고 외곽선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상 여성이 기울어져 보이게 끔 함으로써, 명도가 높은 소파 색을 허벅지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입체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면 그림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누드]
그림의 오른쪽상단 구석에 여성의 머리가 있고 머리칼은 달걀형의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눈, 눈썹, 그리고 코는 몇 개의 선으로만 표현했습니다.
머리 밑으로는 물결모양으로 된 두개의 선이 있고 이는 바로 여성의 가운입니다.
오른쪽 가운은 벌어져 있고, 굽은 팔 아래로 오른쪽 바닥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열려진 가운 사이로 가슴과 그 아래에 배꼽을 표현한 한 줄의 선이 있습니다.
왼쪽 가슴과 약간 불룩 튀어 오른 배를 나타내는 물결모양의 외곽선이 보이고,
복부선은 무릎에서 아래도 굽어 정갱이까지 내려가는 왼쪽 넙적다리 선을 만드는 수평선과 만납니다.
또한 오른쪽 다리는 두개의 각진 선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마티스는 평범한 패턴과 부드러운 외각선이라는 모순적인 기교를 통하여 누드를 표현했습니다.
부드러운 복숭아빛 살색은 곳곳에서 변형되었습니다.
빛을 나타내기 위해 얼굴과 가슴에서, 왼쪽 허벅지 위에서 가운아래로 나타나는 그림자에서...
이러한 부분들은 입체적 특성을 지녔지만 복부를 나타내는 곡선과 오른쪽 허벅지를 나타내는 선과 같은 부분은
어둡고 완만한 굴곡선으로 처리되어 마치 스케치한 느낌을 줍니다.
여전히 특이한 것은 속기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신체를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껍게 처리한 복부선 옆의 오른쪽 허벅지는 대충 희미하게 처리하여 마치 우리의 시선을 복부에만 집중시키려고
한 것처럼 보여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집니다. (허벅지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죠)
오른쪽 허벅지는 부자연스럽게 발바닥쪽으로 굽어 캔버스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똑같이 왼쪽 손은 마치 오리발 같고 손가락을 표현한 선에 살색을 덧칠한 패치를 붙인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반대 손가락은 선명도도 떨어지고 핑크색의 돼지발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은 우리가 이 그림을 보는데 또는 읽는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혹시 처음부터 이러한 변형된 사실을 깨달은 분 계세요? ) 왜 일까요?
그것은 마티스가 신체적인 정확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노력한 까닭입니다.
이러한 마티스의 모순적인 기교가 가운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보라빛의 가운색은 몸위로 걸쳐진 가운이 서로 겹쳐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불규칙적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가운의 꽃무늬는 배경색의 농도에 상관없이, 소재의 움직임과 전혀 무관하게 그대로 회색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소파]
색의 깊이와 평범함을 반복하는 진자와 같은 느낌은 소파에서 최고조에 달합니다.
만약 누드가 없다면 이것이 소파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누드가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지요?
이런 것은 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내가 드러나 보인다
또는 내가 존재한다. 누드가 있기에 소파가 소파로서의 본질을 다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물이 전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외향일 뿐이지 본질은 아닙니다.
즉 소파는 자체로서는 소파같지 않더라도 (마치 바닥에 깔려진 카페트같죠) 누드 때문에 소파라는 사실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소파는 진하지 않은 민트 그린색의 평평한 패치처럼 채워져 있고 회색의 수평선으로 무늬를 넣었습니다.
이것은 소재의 윤곽과 움직임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소파의 중요성은 추상적인 색깔과 무늬인데 이것들은 바닥과 벽의 뚜렷하고 강한 칼라로부터
모델을 구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티스는 색깔과 색깔 사이에 하얀 캔버스를 칠하지 않고 그대로 나둠으로써 이 공백이 기능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기능이란 바로 보는 이로 하여금 이 그림은 현실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구성체라는 것입니다.
즉 모델을 두고 그대로 그린 현실의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마티스가 스스로의 구도하게 마음속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벽]
이 그림에서 마티스의 색은 시각적으로 완벽하면서도 서로가 균형 잡혀있고 조화롭습니다.
소파의 소프트한 그린색은 누드의 핑크 색을 드러내 보이고 그러면서도 오렌지색이 가미된 붉은 카페트는
벽면에 있는 녹색의 나뭇잎과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회색은 후퇴하는 배경을 나타내는 것과 동시에 각 소재의 외곽선을 묘사함으로써 어울어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마티스는 공간적깊이(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각각 공간의 패턴을 바꾸었습니다.
무늬가 있는 가운은 무늬 없는 누드위에 올려놓았고, 누드는 수평무늬가 있는 소파위에 앉아 있으며
소파는 무늬없는 바닥과 벽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소파뒤에 있는 두개의 나뭇잎은 바닥과 벽은 여기다라는 것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밝고 조화로운 색과 아라베스크식 굴곡은 이 그림에 감각성과 함께 또한 나른함이라는 분위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즉, 누드라는 소재가 주는 가슴적인 설레임을 밝고 균형된 색으로 인해 승화시켜 감각적으로 아름답지만 색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봄날의 가벼운 느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이 그림이 조용하지만 정체되지는 않았다라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 그림은 구도와 색깔과 스케일이 진화/발전되었고 결국에는 이러한 모습의 단순함으로 귀착되었는데,
이러한 계속적인 변형과정은 앞서 설명드린 각 요소의 조화로운 균형을 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이 그림이 실제와는 달리 손쉽게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일단 보세요, 어렵지 않게 그려진 것처럼 보이잖아요)
각 요소의 질서감 때문입니다.
각각의 요소와 색깔과 패턴이 서로 균형 잡혀있고 조화롭게 보이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끝에 얻어진 노력이지만
마티스는 이러한 노력을 숨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작품이 봄날의 경쾌함을 밝고 가볍게 표현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트와이즈서울(Art Wise Seoul)
It's more than pic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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