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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팜므 파탈 - 로제티 & 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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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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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944 |
가끔 영화나 책에서 “팜므 파탈”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팜므 파탈(femmes fatales)이란 주로 이브, 데릴라, 타락한 마돈나, 다나에, 뱀파이어, 흡혈귀 등의 성경적·신화적 옷을 입고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의 절망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요부 또는 악녀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팜므 파탈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부르주아 중심의 질서편성 과정에서 근대성을 둘러싼 여성, 남성 간의 갈등과 불안정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1860년대 이래로 산아제한과 피임을 주장하는 신여성들은 점잖은 신사들에게는 출산율의 저하와 국가적 손해를 불러오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빅토리아시대의 신사들은 여성이 악마의 꾐에 넘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죽이기 위해 피임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여성해방운동은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팜므 파탈은 유혹적인 동시에 위험스러운 근대 남성의 성적 대상물로서 독립을 요구하는
신여성과 맞부딪혔을 때 그들이 느낀 공포와 욕망이 결합된 산물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역사·이성·문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역사 밖의 존재·무의식·자연”으로서의 여성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를 써온
19세기 중·후엽에, 팜므 파탈은 데카당한(decadent) 남성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주요 환상이었고,
전 유럽의 문화적 상상력을 지배한 하나의 화두였습니다.
사악한 여성의 이미지가 고급문화의 영역에서 그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낭만주의 문학에서부터입니다.
키츠의 시 “잔인한 여성(La Belle Dame Sans Merci)”은 머리카락으로 남성의 목을 졸라 죽이는 미인을
마술적이면서 신비스러운 고통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팜므 파탈과 상징주의를 이미 예견한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이후 1857년 보들레르의 “악의 꽃” 중 “뱀파이어의 변신(Les Metamorphoses du Vampire)”에서는
남성을 잡아먹는 뱀파이어로 변신합니다.
이러한 상징주의 문학의 영향과 함께 회화에서도 본격적으로 팜므 파탈의 도상이 확립되었습니다.
영국 라파엘 전파의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와 프랑스 상징주의의 선구자인 구스타브 모로가 1870년대에 팜므 파탈을 시각적으로 확립시켰습니다.
로제티의 말기 작품 “시리아의 아스타르테(Astarte Syriaca)”에서 샘족의 풍작과 생식의 여신, 대모신으로서 인간과 야수들을 애육하는
불멸의 여신 아스타르테는 좁고 폐쇄된 공간 속에 거대한 크기로 우뚝 선 채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이 시리아의 비너스가 지닌 육감적인 입술과 풍성하고 구불구불한 머리타래, 텅 빈 듯한 초월적 시선, 무표정,
화면을 가득 지배하면서 곧추서 있는 자세는 이후 세기 말 뭉크의 "마돈나"등에서 나타나는 팜므 파탈의 전형을 이룹니다.
말렌 디트리히 같은 여배우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실제 생활 속의 자신의 이미지로 만듦으로써
초기의 여배우 스타 시스템 속에서 대중적 취향을 창출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기말 여성들은 팜므 파탈의 의상, 즉 상체를 부풀림으로써 성적 자유와 도전성을 암시하는 의상을 모방했으며
허리를 곧추세우고 위협적으로 쏘아보는 자세로 사진을 찍는 것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이 시기 남성들이 강박적이리만치 여성의 사악성에 집착하게 된 것은 단순히 보편적인 남성 심리 차원을 넘어,
당시 사회에서 기존의 여성관념에 대한 변경 또는 균열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 시기는 매독의 만연으로 인해 창녀와 죽음 간에는 현실적인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여성 노동계급들의 윤락화 현상은 많은 문헌 속에서 체제 모순이 아니라
여성의 본질적 사악성의 결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아트와이즈서울(Art Wise Seou)
It's more than picture!
참고: 권행가/미술사/월간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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