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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라울 뒤피 - Deauville, Drying the Sails,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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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파일첨부 : 1127205834Tsa972du.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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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448 |
Deauville, Drying the Sails, 1933
Oil on canvas
Raoul Dufy (1877~1953)
Tate Gallery, UK
나를 사로잡은 그림 ― 라울 뒤피의 ‘도빌만’
뒤피(Raoul Dufy 1877∼1953)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지난 60년대 초반 대학시절로 기억한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는 외국서적 전문서점이 생겼는데, 그 서점 한 귀퉁이에 영어로 해설이 붙어 있는 그림책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그의 그림을 발견했던 것 같다．
나는 한국에 처음 수입된 베토벤 등의 교향곡 악보를 사려고 외서 서점들을 뒤지면서 헤매던 중이었다．
우리보다 두세살 위의 선배들은 그림이건 악보건 간에 일본 출판사에서 간행한 책들을 통해 정보를 접했지만, 우리는 일본어를 못 읽는 첫 세대였다．
뒤피가 내게 준 충격은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난 가벼움이었다．
당시 조그만 책자를 통해 접하던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 등의 그림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의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초월적 즐거움을 그곳에서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가벼움이다．그가 그린 바다의 풍경,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니스의 해변,피아노 위에 얹어 놓은 바이올린 등의 모습은 아마도 음악을 공부하면서 이런 저런 의심과 주저,방황과 고집에 얽매여 있던 내 심정을 위로해 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말에서 얻는 가벼움에 대한 동유럽적 혐오는 뒤피의 그림에서 느끼는 초월적 가벼움과 서로 멀리서 바라보는 상극일 것이다．개념 안에 항상 존재하는 한 쌍의 대립 항이라고나 할까?
프랑스의 음악학자들은 프랑스의 음악을 진정 이해하려고 한다면 “속이 비어있는 경망스러운 가벼움과 위트와 유머를 흩날리는 즐거운 가벼움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음악에서는 라벨이 그렇고 포레가 그렇다．그리고 그림에서는 뒤피가 그렇다．
‘예술’하면 항상 무슨 유파, 무슨 이즘이라는 말을 들먹이면서 예술을 언어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 사유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뒤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이다．루오와 뒤피의 그림은 둘 다 우리에게 “이 세상에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까”라는 말을 던지고 있지만,
루오가 심각한 표정에 반성적인 어조로 말하고 있다고 한다면, 뒤피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니 모든 마음으로부터 해방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뒤피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십니까?”하고 묻는다면, 그는 그냥 말없이 웃을 것이다．
그의 그림은 나에게 라벨을 이해하게 해주었고 드비시를 느끼게 해주었다．
뒤피의 그림에서 우리가 음악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가 그림에 음악을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뒤피는 9남매(4남5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집안이 무척이나 궁핍해 중학교를 중퇴한다．
가난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우아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뒤피가 화가를 지원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동생 둘은 음악가가 되었고 하나는 화가가 되었다．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가난을 겪었던 그에게 “가난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부유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지요?”하고 묻는다면 그는 웃음으로 답하던가 아니면 “같을 수도 있지요”하고 편안하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무안해 하는 것을 미안해 하면서…．
서울음대 서우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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